'바람 같은 삶' 사는 제주인
'바람 같은 삶' 사는 제주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범준.장길연 부부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다. 언뜻 ‘똑같아’ 보이는 삶이지만 그 속에서도 ‘다름’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차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속의 삶, 봉사하는 삶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을 통해 ‘나’가 아닌 ‘우리’를 되돌아보고, ‘어제’가 아닌 ‘내일’을 찾으며 그 속에서 ‘제주’를 발견할 수 있다.【편집자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를 꿈꾸는 젊은 부부가 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갈망하던 이 부부는 어느날 운명처럼 제주를 찾았고 제주의 햇살과 바람이 좋아 정착한지 어언 3년째. 박범준(36).장길연(34) 부부는 어느새 '제주의 바람'이 되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를 각각 졸업한 뒤 서울의 벤처 기업에서 소위 '잘 나가는'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은 2002년 결혼을 하며 도시생활을 벗어던지고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2005년 서울을 떠나 전북 무주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은 KBS '인간극장-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편은 부부를 '스타'로 만들며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소박한 전원생활을 하던 이들의 삶에 많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기도 했다.

결국 TV방영 1년여 뒤 무주를 떠나 광양, 경주, 경남 하동, 전남 순천을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다 2006년 12월 무작정 찾은 제주에서 지금 살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의 집을 찾았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아! 이집이다'라는 생각에 부부는 당초 계획했던 예산의 10배나 되는 주택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 대출에다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집을 개조해 '바람도서관'과 '바람스테이'라는 작은 도서관과 펜션을 만들어 책이 있는 휴식공간, 쉼터를 만들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땅 제주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박씨는 "생각보다 춥고 습한 제주의 날씨도 문제였고 집을 사기 위해 무리를 한 덕에 가계살림도 빠듯했다"며 "힘든 일이 많다보니 부부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유하게'가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이들은 결국 제주의 아름다움에 동화돼가며 결국 '바람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박씨는 "작년까지 2년간은 정말 하는 것도 없는데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고 올해부터는 게을러지지 않을만큼 바쁘지만 나름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는 제주에 너무 푹 빠져 오랫동안 머물 곳, 언제나 돌아오고 싶은 곳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가이드북도 만들고 제주도에 있는 세계자연유산을 소개하는 책도 쓰는 등 글쓰기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부인 장씨는 번역도 하고 제주의 결혼이주여성에게 전통바느질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다.

남들보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여유 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는 삶을 사는 지금의 삶의 방식이 너무 좋다는 부부는 “제주사람들은 배타적이지 않느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이제는 자신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박씨는 “제주사람들은 솔직해요. 투박하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라며 “좋은 이웃들과 마음이 맞는 착한 사람들이 사는 제주가 너무 좋아 외롭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제주의 문화 다양성을 위해 문화학교 ‘한라산학교’ 활동에 참가하고 제주에 정착한 국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삶을 다룬 잡지를 만들 계획이다.

박씨는 개인적으로 ‘1만8000 신의 고향’인 제주와 관련된 신화소설을 쓸 계획이다.

박씨는 “조급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크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며 “세계자연유산을 자전거로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제주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도시를 벗어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사는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자신있게 “아니요. 지금 제주에서의 삶에 만족해요. 오랫동안 제주에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예요.”라고 말했다.

우연히 제주를 만나 운명처럼 제주에서 살며, 제주를 사랑하게 된 그들은 천상 제주사람이었다.

<현봉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