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자, 건강이 미소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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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시골 마을 외떨어진 초가에서 자연을 벗하며 자라던 소년이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으니 세월 무상이 아닐 수 없다. 적빈의 세월을 건너는 상황에서 대학 문을 두드리게 하신 부모님이 새삼 그립고 그 은혜가 사무친다. 1968년 새내기 시절, 불어 교양강좌를 맡은 류재경 교수님이 칠판에 큼직하게 ‘藥(약)=弱(약)’이라 써놓았던 글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므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인생을 살아가라는 요지였을 것이다. 어리석게도 한쪽 귀로 흘려들은 나는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60대를 눈앞에 두고 당뇨병을 선두로 몇 가지 성인병이 찾아들어 약을 한 움큼씩 먹는 처지가 됐으니 후회한들 무엇하랴. 대상포진이나 메니에르병으로 극한의 고통도 맛보았고, 코로나 확진이란 말에 섬뜩했으나 독감보다 가볍게 이겨내기도 했다. 봄철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천식 증상을 일으켜 죽을 맛이었는데 내 몸이 기적을 일으켰는지 사라진 지가 10년이 돼간다. 나빠지는 시력과 청력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으니 겸손히 순응할 밖에는.

‘Better late than never(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걷기 운동과 발바닥 마사지를 하겠다던 연초의 다짐을 실행해 오고 있다. 5시쯤에 혼자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면 비바람이 불 때도 우의를 입고 걷기에 나선다. 대략 45분, 4500보 정도를 걷는다. 점심과 저녁 후에도 걷기가 이어지면 만 보는 거뜬히 넘긴다. 몸 상태가 좋을 때는 욕심을 내어 2만보에 도전한다.

삼양검은모래해변에서는 날씨에 개의치 않고 맨발 걷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모래를 밟으며 걷기도 하지만 바지를 걷어 올리고 종아리를 드러낸 채 바닷물을 밟으며 걸어 다닌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지만, 여성이 많은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래서 여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어지는 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저들도 질병의 고통에서 절망하던 사연을 지녔을지 모른다. 건강할 때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현명한 선택일 테다. 사실 운동은 중독성이 강하다. 몸이 생각을 데리고 앞장선다. 잡다한 걱정거리를 버리고 샘물처럼 솟아나는 생기에 기분이 부푼다. 혼자 걷노라면 자연이 들려주는 침묵의 소리가 잠자는 영혼을 일깨우기도 한다.

과유불급인가. 얼마 전 왼쪽 엉치와 서혜부 통증 그리고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단골 정형외과에 들렀다. 상황을 설명하니 통증이 있는 세 군데에 엑스레이를 찍고 판독에 들어간다. 엉치와 서혜부 통증은 척추와 관련된 문제이고 어깨는 염증이 원인이라 한다. 척추 근처와 어깨에 주사를 놓고 일주일 치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금세 통증이 수그러드는 느낌이다. 2주 더 진료를 받아가는 상황에 왼쪽의 무릎 통증이 고개를 내민다. 연골주사를 놓고 일주일 후 다시 오라니 어찌 거역할 수 있으랴.

요즘 의대 신입생 증원 문제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리적 타협으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인술로 생명을 살리는 헌신만이 존경을 받는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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