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못이겨 아버지 제삿상 발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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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흥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 4·3과 연좌제 비극 경험담 설명
▲ 이중흥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가 20일 제주중앙고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4·3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났었죠. 울분에 못이겨 아버지 제사상을 발로 차버렸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죄스러워요….”


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인 이중흥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는 20일 모교인 제주중앙고등학교를 찾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4·3 수업을 개최했다.


이중흥 명예교사는 이날 4·3사건의 발생 과정, 4·3과 연좌제 등을 자신의 경험에 비쳐 소개하며 당시의 참혹함과 슬픔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명예교사는 “미군정과 경찰 등의 탄압을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을 갔던 저희 가족은 해안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헤어지게 됐다”면서 “이후 1999년 수형인 명부가 발견되면서 아버지가 마포형무소에 수감이 됐다가 한국전쟁이 나면서 행방불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68년 모 공기업에 취업한 지 5개월이 지난 어느날 ‘아버지가 어디 갔는냐’는 상사의 질문에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3일 후에 회사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 같은 현실에 화가 나 며칠 뒤 아버지 제삿날 제사상을 발로 차버리고 나와버렸다”고 회고했다.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몹쓴짓을 한 일에 대해 사죄하지 못해 천추의 한이 됐다는 이 명예교사는 “4·3은 여러분이 중심이 돼 세대 전승에 나서야 한다”며 “평화와 인권, 정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학생들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감명깊게 들은 1학년 6반 고희승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4·3에 대해 배웠다”면서 “4·3이 얼마나 참혹했는 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1학년 8반 용상우 학생은 “올해 4·3 70주년을 맞는 만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4·3 사건을 올려서 타 지역 학생들과 공유하겠다”고 거들었다.


채칠성 제주중앙고 교장은 “잘못된 것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알게 된 진실을 통해 화해·상생하며 평화와 인권의 시대를 열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올해 4·3명예교사 37명을 활용해 70개교를 대상으로 4·3의 가치를 알리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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