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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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전남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만덕산 오솔길은 정겹고 호젓했다. 지금도 몇 년 전 휴가 때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버스 여행을 하고 있던 터라 온전하게 그 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과 백련사 주지 혜장이 그 길로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을 일러준 백련사 스님 덕분에 그 유명하다는 백련사 동백숲도 유유자적하며 지날 수 있었다. 동백 1500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었다고 했다. 꽃은 2~3월에 피는지라 아쉽게도 꽃 구경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동백(冬柏)은 추운 겨울에도 상록의 잎새와 함께 진홍색 꽃을 피운다. 대개 이른 봄에 핀다 하여 춘백(春柏), 붉게 달린 꽃이라고 해 학단(鶴丹), 겨울을 견디는 꽃이라는 내동화(耐冬花)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특히 동백꽃은 꽃가루받이 수분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종자식물은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주로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데 동백꽃은 ‘동박새’의 힘을 빌린다. 이런 종류의 꽃은 새가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해 조매화(鳥媒花)라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 꽃을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귀한 손님을 맞을 때는 동백꽃으로 꽃꽂이를 해놓고 동백차를 냈다. 선비의 청빈함과 기개의 표상으로 여겼다. 꽃나무 이름에 겨울 ‘동(冬)’자를 넣은 것도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와 마찬가지로 겨울꽃이 지닌 청렴과 절조의 이미지를 높이 산 때문이다.

▲동백은 다른 꽃과 달리 꽃이 질 때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채 통째로 뚝 떨어진다. 그런 모습에서 처연함을 느꼈기 때문이지,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을 ‘춘사(椿事)’라고 불렀다. 그런 연유로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집안에 동백꽃을 심지 않았다. 지금도 병문안을 갈 때는 동백꽃을 들고 가지 않는다. 일본말에도 갑자기 생기는 불행한 일을 ‘진지(ちんじㆍ珍事ㆍ椿事)’라 하는데 바로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과 연관해 생긴 단어라 한다.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의 상징으로 여겨 사찰 주변에 흔하게 심었다.

▲제주 4ㆍ3을 소재로 한 시나 그림에 동백이 자주 등장한다. 통째로 지상에 떨어진 그 모습들이 수만의 희생자를 연상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가 올해 4ㆍ3, 70주년을 맞아 4·3 전국화를 위한 릴레이 캠페인으로 ‘4월엔 동백꽃을 달아주세요’를 추진한다고 한다. 기간은 다음 달 21일부터 4월 10일까지다. 70주년을 계기로 해풍과 한파에도 잘 견디는 동백이 눈물을 닦고 ‘화해와 상생’의 상징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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