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별미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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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컵라면은 컵 형태의 용기에 포장된 라면상품 이름이다. 대부분 용기에 라면 스프와 끓는 물을 붓고 3~4분가량 기다리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정식 명칭은 용기면이다. 또 다른 상품명으로 사발면이란 명칭도 있다. 뜨거운 물과 젓가락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그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식사 대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재해 발생 시 이재민에게 구호물품으로 제공되는 등 비상식량으로도 애용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 중 하나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컵라면이 제일 잘 팔리는 곳은 어디일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아마 한라산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 이들이 적잖다. 연간 30만개가 넘는 컵라면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윗세오름과 진달래밭 대피소, 어리목 휴게소 등이 바로 컵라면을 파는 곳이다. 그중 윗세오름(해발 1668m)은 국내에서 최고 높은 곳에 위치한 판매점이다.

▲한라산의 컵라면은 맛이 남다르다. 등반 도중 쉬면서 먹는 컵라면 한 그릇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기에 그러하다. ‘후루룩’소리를 내며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우기 일쑤다. 그야말로 꿀맛이 따로 없다. 컵라면은 한라산을 등반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겐 쉽게 잊을 수 없는 별미다.

허나 별미 중의 별미는 겨울 한라산에서 먹는 컵라면이다. 그러기에 매서운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한라산에 오른 등산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게 따뜻한 컵라면이다. 고된 산행 속에 얼어 붙은 몸을 녹여주는 뜨거운 라면 국물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그 어떤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오죽하면 그 맛을 보기 위해 한라산을 오르는 애호가들이 있을까. 한라산에서 컵라면이 판매된 지 어언 30여 년이 흘렀다. 그래서일까. 한라산의 까마귀들도 컵라면의 맛을 안 지 오래다. 이제 한라산과 컵라면은 뗄래야 뗄 수 없다. 특히 컵라면이 없는 겨울 한라산은 상상할 수가 없다.

▲한데 요즘 눈부신 설경을 감상하고자 한라산을 탐방하는 등산객들은 컵라면을 맛보지 못한다. 지난 10월 28일부터 매점들이 점심시간대에 맞춰 2시간 동안 부득이 문을 닫는 탓이다. 즉 매점 근로자들이 제주도에 공무직 전환을 요구하며 45일 넘게 부분 파업을 하고 있는 거다.

등산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관련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일 게다. 아쉽게도 지난 주말 한라산을 찾았던 필자 역시 컵라면을 구경조차 못했다. 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가 자칫 한라산에서 컵라면을 맛본 게 전설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대승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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