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물질은 목숨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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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지구의 70%가 바다라고 하는데 그 푸른 물빛은 때로는 우리에게 여행 욕구를 충동질하는 매개가 되곤 한다.

제주 바다도 물빛으로 어느 여행지보다 뒤지지 않는 푸른 섬 제주로서 곳곳에 파랑을 품고 있다. 한여름 끝자락에 제주 바다를 찾아 문학기행을 다녀왔고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바 있는 제주해녀축제의 전야행사로 마련된 해녀어업의 보전 발전을 위한 포럼에도 다녀왔다.

제주 바다는 곳곳마다 제주 해녀들로 가끔 북적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끼고 살았으니 바다를 봐도 별 다른 생각은 나지 않는다.

제주 해안마을 여자들은 대부분 해녀로서 물질을 한다. 그녀들은 제주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손 어업을 배웠거나 해안 마을로 시집을 와서 늦은 나이에 해녀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해녀라고 해서 모두가 해녀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조류 채취 시기가 오면 평소 물질을 하지 않던 해녀들도 바다에 들어간다. 해조류 채취는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관찰해 보면 조금 먼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그 다음으로 먼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서 물질하는 해녀들로 구분된다. 먼 바다에서 작업하는 해녀들을 상군이라 한다.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애기바당으로 경력이 짧은 해녀들 구역이다. 갯바위 근처에는 할망바당으로 주로 고령자들이 물질을 한다.

해녀들의 물질은 상군의 경우 수심 10~20m까지, 애기나 할망은 비교적 얕은 물 속으로 들어가 숨이 목젖까지 왔을 때 잽싸게 수면 위로 올라와 숨 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동작의 연속이다.

숨비소리는 이때 들을 수 있는데 물속에서 1~2분 동안 호흡을 멈추고 작업하던 해녀가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을 때 물 위로 올라와 내쉬는 호흡법을 말한다. ‘호이 호오이~’ 하는 소리가 휘파람 소리같이 들린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물질을 하다 한 번에 토해내는 해녀들의 호흡법은 곧 가난하고 척박했던 제주도민들의 애환을 상징하는 탄성이기도 하다.

해녀들의 물질이 모두 끝나면 해조류를 마당이나 올레에 널어서 말리고 대형 포대에 포장해 있으면 수협에서 수거해 간다. 집집마다 수십만 원에서 백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대부분 해녀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때가 물질할 때라고 한다. 그 안에 들어가면 세상 모든 근심과 번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물질이 멀리서 볼 때는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해녀 자신들에게는 목숨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다.

해녀박물관을 둘러보았는데 1층 로비 영상실에서 영상으로 제주해녀를 소개했다. 박물관 관람에 앞서 제주해녀에 대한 전시물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1전시실에는 해녀의 삶을, 제2전시실에는 해녀의 일터를, 제3전시실에는 해녀의 생애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해녀어업은 영속해야 하고 우리는 이를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흔히 인생을 ‘고해’라고 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지난하지 않은 삶이 있을까마는 옛날 해녀들은 열 살 이전에 물질을 배우기 시작해서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았다.

해녀들은 가끔 엄마를 원망할 때도 있겠지만 어머니에게 배운 덕에 밥 먹고 살고 있어 감사한 마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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