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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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관광영어학과 논설위원

세계적으로 빈곤한 나라인 부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려고 1999년까지 인터넷과 TV를 금했던 불교 국가, 오랜 세월 소외되었던 작은 나라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인도국경에 있다. 찾아가서 보면 강이 흐르는 깊은 계곡과 가파른 산들, 푸르게 수목이 우거진 비탈에 듬성듬성 지어진 집들이 주된 풍경이고, 사원 겸 요새로 쓰였던 건물들이 있다.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첫째 신앙이 있고, 둘째 왕이 있어서이다. 많지 않아도 갖고 있는 것에 우리는 감사하고 만족한다.’ 안내한 젊은이의 말이다. 알려진 대로 부탄은 관광객을 예약제로 제한하여 받고, 국가지정 여행사를 통해 체재비를 관리한다. 목적은 국토의 자연훼손을 막고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며, 관광 수입을 국민 복지와 환경을 지키는 데 사용하기 위함이다. 또한 왕은 정기적으로 전국을 다니며 국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고 한다.

수력발전으로 얻는 전기를 인도에 팔아서 나라 살림을 한다는 부탄은 국가가 벌어들인 돈을 모두 국민을 위해 쓴다고 하니 그것도 국민들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 것 같았다.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상인 이 나라에서는 대학원 박사과정 교육까지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국내에서 치료가 안 될 경우 태국이나 인도 등 해외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고 했다.

부탄에도 티베트 불교 고유의 기도 깃발이 만국기처럼 계곡이나 나무, 그리고 강물 위로 걸려있다. 이 다섯 가지 색깔, 빨강·파랑·노랑·초록·흰색은 각각 불과 하늘, 땅과 물, 구름을 나타낸다. 이 오색의 천에 불교 경전과 상징적인 그림이 판화로 찍혀있고, 이들을 끈에 줄줄이 연이어 매달아서 여러 곳에 묶어 놓는다.

바람에 경전의 진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강물 속까지 투영되어서 땅 위는 물론 물 속에 사는 생물들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계곡과 강, 아슬아슬한 절벽 건너까지 곳곳에 늘어뜨려져 있다.

높은 낭떠러지에 있으며 부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절 ‘탁상’은 그 곳까지 스님을 태워다 줬다는 전설의 날개 달린 호랑이의 보금자리라고 한다. 절로 가는 길은 삼림으로 덮인 깊은 계곡 위에 이어지며 곳곳에 기도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중에 쉬노라니 어떤 기도 깃발 중 하나의 표면에 검은색으로 진하게 쓰인 한글이 보였다. ‘김 O 당선’ 분명 우리나라 사람의 글씨일 텐데, 보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다른 존재의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깃발에 자신의 야망 실현만을 원하는 마음을 덮어씌우며, 자신의 욕구 실현을 바라다니. 행복의 원천이 욕망의 달성에 있다고 믿고, 심하게 집착하는 우리들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으며, 깃발의 본뜻을 훼손하는 자세가 뻔뻔스럽게 여겨졌다.

물론 내가 바라는 대로 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병들고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이 고통을 받는데 나만 행복할 수 있을까. 생존에 필수적인 공기와 물, 토양이 오염되어 모든 생물이 신음하는데 나 홀로 건강할 수 있는가.

절제된 행위로 부족함을 이기는 겸허한 자세, 모든 존재를 배려하며 자아의 확산을 추구하는 마음을 배우지 못한다면 행복은 멀어질 것이다. 이제 인터넷과 TV 등으로 외부 세계와 연결된 부탄의 젊은이들 중 일부는 담배와 마약성 약물에 빠지기도 하고, 자살률이 세계 6위를 보인다고 한다. 물질 위주의 삶은 자꾸만 더 많이 쟁취해야 될 것 같이 우리를 허전하게 하고 새 욕심으로 치닫게 하는 것 같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건물과 시설들이 나날이 섬을 채우고 있는 우리 제주에서도 부탄의 행복정책을 참고로 해서 더 늦기 전에 발전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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