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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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일본 전국시대 3대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비교할 때 두견새가 등장한다. 좀처럼 울지 않은 두견새를 울게 하려면 이들은 어떻게 할까. 오다 ‘울지 않으면 죽여라’, 도요토미 ‘울도록 만들어라’, 도쿠가와 ‘울 때까지 기다리라’라고 한다는 것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오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목적을 이루려는 도요토미, 서두르지 않고 그것을 기다리는 도쿠가와. 권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다→도요토미→도쿠가와로 이동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도 인내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일본 중부지역의 오카자키 성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두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졌고, 6살부터 19살까지 원수의 가문에서 인질 생활을 했다. 그 후 자신의 고향 오카자키로 돌아온 후에는 오다 노부나가와 역사적 동맹을 맺는다. 명목상으로 동맹 관계였지만 사실, 오다는 그의 주군이나 다름없었다. 오다의 딸을 며느리로 들인 후에는 한날한시 편안한 날이 없었다. 고부 갈등과 아들 부부 불화는 마침내 오다의 심기를 건드린다. 결국, 그는 오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뛰어난 후계자였던 아들에게 할복을 명령했다.

오다가 ‘혼노지의 변’으로 죽고 난 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도요토미 밑에서 여러 차례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옥한 고향 오카자키 지역을 내놓고 척박한 에도(지금의 도쿄)로의 좌천이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도요토미가 임진왜란 때 전국의 다이묘(영주)들에게 조선으로의 총출동 명령을 내렸으나, 그는 에도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군사력을 비축했다. 도쿠가와는 도요토미 사후 2년인 1600년 도요토미 잔존 세력과 천하의 주인을 가리는 ‘세키가하라 전쟁’에서 이기면서 마침내 패자(覇者)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구치소 독방에서 일본 역사소설 ‘대망’을 읽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도쿠가와의 천하통일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의 삼국지에 비교되곤 한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다시 집어 든 이유가 혹시 ‘도쿠가와처럼 꾹 참고 견디면…’일까. 도쿠가와의 또 다른 아이콘은 소통이다. 그의 대망이 실현된 것은 진솔한 소통과 주군에게 거친 말까지 쏟아낸 가신들 때문이라고 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도쿠가와의 유훈(遺訓)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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