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불만, 서비스 품질로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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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제주도가 30여 년 된 대중교통(버스) 체계를 혁신했다. 3년의 시간과 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버스 200여 대를 증차하고, 운전사도 800여 명 증원했다. 버스 종류와 색깔, 노선도 바꾸고, 환승정류장도 마련했다. 더하여 요금은 1200원으로 낮췄다.

이러한 요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배차 간격이 대폭 짧아지면서 ‘빠르고 촘촘한 버스 시스템’이 도출됐다. 그래서 도민들에게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버스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버스 체계(시스템)로 보면 제주도가 드디어 하나의 도시로 거듭난 느낌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의 기대 또한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워진 버스 시스템이 가동된 지 한 달 반을 넘겼음에도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아니,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보면 버스관련 민원이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만족이란 게 사전기대보다 사용실감이 더 클 때 나타나는 감정이고 보면, 도민들의 기대가 너무 큰가 보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제도 5·16 도로를 달리는 281번 버스는 ‘그냥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리들의 염려를 알아챘는지, 쌩∼ 하니 날라버렸다. 보아하니 만원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 같지만,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예 서보려는 몸짓도 않고, 다음 차로 오라는 말도 없는 게 참 고약하다. 버스가 개편되면서 출근시간대의 배차 간격을 10분에서 14분으로 늦춰놨으니, 더 기다리면 지각이다.

게다가 요금 탓인지 종전의 시외버스를 시내버스 바꾸고 정류소도 늘려 놓아, 제주시까지는 10여 분이 더 걸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좌석이 줄어들었으니 버스가 개편된 후론 1시간을 서서 갈 때가 종종 생긴다. 하는 수 없이 정류소에 세워둔 자동차를 끌고 버스를 따라간다.

오늘은 아예 비석거리보다 몇 정거장 앞에 있는 동문로터리에서 버스를 기다려 본다. 만만찮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서 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난리통에 빠졌는가? 제주도정이 예견했던 바 ‘30년 만에 개편되는 시행 초기의 혼란’이라면, 그 약속대로 지금쯤은 ‘도정역량의 집중으로 도민불편의 최소화’가 진전돼야 할 때다. 어디가 문제일까?

현장에서 쏟아지는 버스 이용자들의 불만을 보면 불친절과 무정차 등 직간접적으로 운전사가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대다수다. 적어도 버스 이용자들을 보편적인 복지의 수혜대상이나 교통약자가 아니라 ‘버스’라는 교통서비스의 고객으로 보면 그렇다. 고객과 버스 서비스의 접점에 있는 운전사가 고객들의 불편을 공감하고, 불만에 대응하고, 가능한 반응만 해주어도 민원의 강도는 한층 누그러질 것이다. 운전사와 고객은 서비스를 주고받으면서 감정과 이성이 교류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정한 서비스란 제공자와 수혜자가 모두 행복을 느끼는 인간적인 교감임에랴. 더 나아가 운전사들이 현장의 상황을 적시에 도정으로 전달해 준다면 시스템의 개선도 예정대로 가시화되리라. 이는 제주보다 앞서 버스 시스템을 개혁한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실증된 사실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소문난 버스 시스템을 갖춘 서울시의 경우, 버스 시설이나 공공정책보다 운행 서비스의 품질이 고객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제한된 예산에서 버스 고객의 만족도를 조속히 개선하려면 운전사들의 운행 서비스(친절성·준법운행·복장 청결) 품질을 먼저 높인 후에 공공정책(노선·배차 간격·정시성) 차원의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제주도는 버스 시설(차량·정류장·정보)에 투자를 집중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행히 담당과장이 ‘운전기사의 친절도가 버스 개편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임을 인식했다니, 내일도 기대를 안고 버스를 기다려 볼 터다. 버스가 제주의 또 다른 명물이자 경쟁력이 되려면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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