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덮은 조릿대 번식 억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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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종 다양성 위해 벌채해야...토사붕괴와 낙석예방에 도움
▲ 한라산 해발 1600m 만세동산 인근 탐방로(목재데크)까지 덮고 있는 조릿대 전경.

 

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으면서 생물종 다양성을 저해하는 가운데 번식 억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22㎢의 전체 면적 중 88%인 19㎢를 조릿대가 덮고 있다. 1980년대 한라산에 마소에 대한 방목이 금지되면서 조릿대는 더욱 번창해 대규모 군락을 이뤘다.

조릿대는 줄기뿌리가 옆으로 뻗어가는 ‘근경 번식’을 하면서 자생력이 왕성하고, 실뿌리는 땅 속 1m까지 뻗어나가 있다.

이로 인해 조릿대가 번창한 해발 1400m 이상 고지대에선 산철쭉 3993그루 중 40%가 털진달래 158그루 중 89%가 생육 불량으로 말라죽어가고 있다.

여기에 시로미와 눈개쑥부쟁이, 섬바위장대, 한라고들배기 등 20여 종 이상의 자생식물이 자라지 못하거나 생장에 압박을 받고 있다.

한라산의 다양한 식물 군락을 위협하고, 종 다양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조릿대가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조릿대 분포면적과 관리방안을 도출하는 현장 조사와 연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조릿대 번식 억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릿대는 한라산에 그물매트를 깔아 놓은 것처럼 지표면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천혜의 옹벽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토양 붕괴와 침식을 막아주고 있다.

실례로 1994년부터 2015년까지 한라산 훼손지 복원과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158억원을 들여 16만5000㎡를 복구한 가운데 조릿대가 뒤덮으면서 추가 토사 유출 및 낙석 붕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라산 훼손지에 추가로 토양 피복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조릿대는 지반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면서 인위적인 대규모 벌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 예로 일본 훗카이도에선 절개지와 낙석구간에 잔디 대신 조릿대를 식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조릿대만 번창하면서 산철쭉과 털진달래 등 희귀식물이 멸종할 위기를 맞이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벌채나 말 방목으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세계유산본부는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자생지인 선작지왓과 남벽분기점 일부 구간 등에서 조릿대를 벌채한 후 식생이 회복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도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계속 번창하는 조릿대를 그대로 둘지, 인위적으로 베어내 분포 면적을 줄일지는 향후 용역결과와 함께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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