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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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제주대학교 교수 영어교육과/논설위원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거둔 후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다.


구글(Google)은 인공지능 기반 신경망 기계번역이라는 기술을 통해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안에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인공지능을 통해 안전하게 운행되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중요 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인터넷 등이 일상생활에 활용됨으로써 개인은 물론 사회구조와 경제체제 및 기업과 산업 현장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게 되면 택시운전사나 트럭운전사는 물론 교통경찰관이나 운전학원도 할 일이 크게 없을지 모른다.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를 사용하면 웬만한 언어는 다 번역되므로 앞으로 통번역사나 외국어교사의 역할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진정한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업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에 부합될 인재를 채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인공지능, 로봇공학, 디지털 기술과 물리학 및 생물학 기술이라 할 수 있으므로 아무래도 그와 관련된 자연계 학문 분야가 더 각광을 받을 것으로 느껴진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은 사실상 노동력의 위기와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을 한없이 느끼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많은 일들이 기계로 자동화됨으로써 인간은 한편으로 과학기술 문명의 수혜자로서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로서 고단한 삶을 살게 됐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개편이 중요한데,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는 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어인 빅데이터라는 개념은 인간의 행동이나 욕망을 데이터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의 정신과 마음을 잘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사물인터넷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창의적으로 잘 분석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도 학창 시절에 수학과 과학은 물론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열정이 있었기에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아이패드2를 소개하면서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애플의 DNA에 있다. 그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될 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혁신적 제품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저커버그도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및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했으나 고등학교 때 서양고전연구라는 과목에 두각을 보임으로써 인문학적 재능이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시대에 정치, 경제, 지리, 문학, 철학, 과학, 천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0여 권의 저술을 남긴 실학자 정약용도 창의 융합형 인재였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제주의 관광자원을 스토리텔링화 할 경우, 스토리 내용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풍부한 상상력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로부터 제공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연과학의 기술과 인문과학의 상상력을 융합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파괴적 기술 혁신으로 세상이 바뀌지만 그 기술을 만드는 것은 정작 인간의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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