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섬문화축제 무산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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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부활을 꿈꿨던 (가칭)세계섬문화축제(이하 섬문화축제)가 결국은 무기 연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1일 섬문화축제 개최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재논의 자체가 매우 불투명해 섬문화축제는 사실상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로써 섬문화축제 등을 통해 제주를 ‘동아지중해 문화예술의 섬’으로 브랜드화겠다는 원희룡 도정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몰렸다. 섬문화축제는 원 도정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민선 6기 후반기 6대 중점 문화예술정책’의 하나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육성하겠다는 게 당시의 복안이었다.

한데 깜짝 카드를 꺼낸 지 1년 만에 축제 추진이 중단돼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다. 이미 예고된 선택이다. 이는 제주도가 설명한 두 가지 연기 배경에 잘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도민 공감대 및 준비 기간 부족으로 축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상당히 일리 있는 진단이다. 도민 여론을 반영한 결정이어서다.

지난 4, 5월 43개 읍·면·동 주민(2391명)과 20대 젊은층(2816명)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 2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가 축제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기존 축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거나 충분한 사전준비 필요, 개최 당위성 부족 등의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 1월 내놓았던 1차 설문조사는 ‘엉터리 설문’이란 비난이 제기되면서 신뢰성을 상실했다.

다른 하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틀린 예측이 아니다. 사실 선거 쟁점화가 불 보듯 뻔했다. ‘선 결정 후 의견 수렴’이란 절차상 하자 속에 도민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추진한 탓이다. 알다시피 1998년과 2001년에 열렸던 1, 2회 섬문화축제는 ‘돈 먹는 하마’란 오명 속에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아무튼 이번 섬문화축제의 무산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누구를 위해 축제를 왜 개최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도민적 합의가 없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말이다. 200억원이 넘는 혈세를 허비한 과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게 도민사회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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