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평(下馬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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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말(馬)은 오늘날의 자동차와 같은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래서 일까. 그와 연관된 단어가 의외로 많다. 예컨대 승마(乘馬)가 말을 타는 것이라면 하마(下馬)는 말에서 내리는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승마는 차를 타는 승차(乘車)라면 하마는 차에서 내리는 하차(下車)인 셈이다.

조선시대엔 고관대작이나 양반들의 교통수단으로 말이나 가마가 주로 이용됐다. 그때도 교통 표지판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하마비(下馬碑)였다. 거기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뜻의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누구나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라는 의미이다. 기록에 의하면, 태종 재위 때인 1413년 종묘(宗廟)와 궐문(闕門)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이 세워놓은 게 하마비의 효시다. 이후 지방관아와 성현고관의 출생지, 문묘(文廟)에도 하마비가 세워졌다

▲당시에 말이나 가마에서 내린 주인이 볼일을 보러 가고 없는 동안 마부나 가마꾼들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사이 그들끼리 잡담을 나누게 되는데 별의별 얘기가 다 나왔다. 그들의 주인들이 대부분 높은 벼슬아치이다 보니 자연스레 승진, 좌천 따위의 인사이동에 관계된 게 곧잘 나왔다.

그들이 주인에게 주워서 들은 얘기는 대화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와 소문을 얻게 됐다. 이는 주인에게 다시 전달되는 것은 물론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까지 생겼다. 마부와 가마꾼들의 수근거림, 즉 하마평(下馬評)이 세인(世人)들에게 회자되면서 여론이 형성돼 인사권자에게 전달된 게다.

그뒤 하마평은 일상 용어로 굳어져 현재는 관리의 이동이나 승진, 임명 등에 관한 풍설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사전적 정의는 정계 개편이나 개각, 정부 요직의 개편 등이 있을 때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임명될 것이라는 등과 같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가리킨다.

▲하마평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인사뚜껑을 열면 대개 하마평에 오르내린 인물 중에 낙점되는 사례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의 2017년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도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958년 하반기 생 실국장들의 용퇴와 서귀포시장 공모가 맞물리면서 인사 폭이 제법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국장급 인선과 승진자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하다. 원희룡 지사의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인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이틀 후면 그 뚜껑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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