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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시하는 정부는 없다

기사승인 2017.06.19  20: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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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장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래서 한국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균형과 견제라는 3권 분립을 통해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 횡포를 부리던 권력시대에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을 ‘입법 거수기’로 간주했고, 정부 장관과 관료들은 툭하면 국회를 무시해 왔다. 만약 국회가 최고 규범인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역할과 기능을 다했더라면 그런 정부의 독주와 오만, 무능과 무책임을 견제, 차단, 제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혁명이 낳은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의 산물이다. 그래서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운영원리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 만약 과거에 행해진 나쁜 관행이 정부 정책안에 남아 있다면 그 경위를 조사하고, 문책해야 마땅하다.

국토교통부는 1990년 4월부터 제주권에 새로운 국제공항 개발이 타당성이 있는지 조사해 왔다. 어느 때가 되면 제주공항은 승객이 넘쳐나는 포화 시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 연구용역 결과발표를 통해 기존 공항 확장 대안과 신공항 건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 말대로라면 새로운 공항, 제2공항 건설은 아예 논외에 속했다. 제주섬에 국제공항을 2개나 건설할 여유가 없는 게 당연했다. 2014년 9월, 국토부는 단기대책으로 기존 공항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2015년 11월, 국토부는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돌발적으로 제주섬 동부지역 일대를 제2공항 부지라고 선포해 버렸다. 국토부의 연구용역 과제의 제목대로라면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에 어떤 대안들이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기존 공항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검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미 잘 건설되어 있는 정석비행장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자료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선정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정석비행장 소유주는 한진그룹이다. 이 재벌집단은 이 용역의 책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법인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이해관계인이 연구용역을 주도하면서 저들의 이익에 반하는 타당성 검토를 제외해 버린 것이었다. 이 용역은 부지 선정까지 지정할 만큼 연구범위가 넓지도 않았다. 아예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나간 것이었다. 왜냐면 주민들과의 협의나 동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용역의 문제점은 절차적 정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부지 선정과정의 문제점이 들춰졌다.

부지 선정과정에 주민의견을 반영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빗발쳤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 운영하라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국회는 관련 예산안 통과 시 이른바 제2공항 건설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를 하라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런 국회의원의 권고나 예산안 부대조건을 존중, 이행, 준수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국토부 관료는 국회의원 의견을 묵살·무시·유린해 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2공항 건설 시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을 전제하였다. 이런 대통령 공약의 전제조건을 제치고, 국회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행정부나 관료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만약 그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 국회뿐만 아니라 행정부 자체가 나서서 이를 발본색원하는 전향적,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어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대안들이 있는지 처음부터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제주신보 webmaster@jejunews.com

<저작권자 © 제주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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