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시권 차장, 가난 딛고 기술고시 합격 고위직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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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업 해외수주 지원...공공기관 지방도시 이전 주도
▲ 안시권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인터뷰 모습.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102만여 명이다. 관리관이라 불리는 1급은 지난해 기준 251명이다. 비율로는 0.024%에 불과하다.

1급은 중앙부처 차관보, 실·국장 및 지자체의 부지사 등을 맡고 있다. 정무직(政務職)인 장·차관에 오르기 전 공직자로는 최고위직이다.

현재 제주 출신 1급은 안시권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과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 2명뿐이다. 

▲가난을 딛고 공직에 입문=안 차장은 1962년 제주시 중앙로 인근에서 3남 1녀 중 차남으로 출생했다.

본적은 한림읍 명월리다. 제주남초등학에 다니던 시절 부친의 사업 실패로 도남동으로 이사를 갔다.

1970년대 도남동은 궁핍한 변두리였다. 왕복 1시간을 걸어서 3년 내내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어 제주중과 제주제일고를 졸업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후 4년 내내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과생들은 지금은 의대를 선호하지만 1980년대엔 중동 건설 붐으로 공대를 가장 선호했죠. 빨리 취직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토목공학과를 선택했죠.”

대학 졸업을 앞둔 1986년 그는 대기업을 뒤로하고 기술고시(22회)에 합격했다.

“일본 유학을 한 원로교수가 대규모 토목공사는 공공기관이 발주한다며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줬죠. 마음을 다시 잡고 공부를 했죠. 당시 해외건설을 주도한 대기업에 갔으면 돈은 벌었겠지만 공직으로 진로를 바꿨죠.”

그는 1988년 건설부 사무관(5급)으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딛었다. 가족은 부인 이미경씨(51)와 1남 1녀다.

제주 출신 기술고시 공무원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 서울시 주택국장과 JDC이사장을 역임한 진철훈씨(14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에 이어 초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을 지낸 윤승준씨(16회)가 있다.

 

▲ 2013년 안시권 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이 글로벌인프라협력콘퍼런스(GICC)를 첫 개최한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요 직책 두루 역임=매사 업무에 꼼꼼하고 열성적이었던 그는 건설부 하천관리과장, 한강홍수통제소장, 수자원정책관, 국토부 건설정책국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2013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 재직 당시 글로벌인프라협력콘퍼런스(GICC)를 처음 개최, 건설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원했다.

GICC는 도로·철도·항만·댐·발전소 등 대규모 공사와 관련, 해외 발주기관과 다자 개발은행 주요 인사를 초청해 우리 기업과 상담을 하도록 마련한 소통의 장이었다.

“중동과 중남미, 동남아의 고위공무원과 업체 임원을 초청해 발주 설명회를 열고 우리 기업들을 매칭 해줬죠. 건설기업인들이 해외를 방문하지 않아도 공사를 수주하도록 해줬죠.”

2013년 시작한 협력콘퍼런스는 지난해까지 4년간 111억달러(12조2000억원)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중동과 아시아뿐 아니라 해외수주 신시장인 중남미·아프리카의 발주처와 상담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굴해 냈다.

“건설산업은 우리 경제발전을 선도해왔죠. GDP의 13%, 고용의 7%를 차지하죠. 제가 건설정책국장 당시 해외건설 총 수출액은 700억불(78조원)에 달할 정도로 업계 지원에 노력했습니다.”

 

▲ 안시권 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이 주도한 글로벌인프라협력콘퍼런스(GICC)에서 해외 인사들에게 명함을 주며 인사를 하는 모습.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맡다=2014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간 그는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이 사업은 서울에 있던 154개 공공기관의 90%가 지방으로 이전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공공기관 노조에서 반발이 심했죠. 지방에 가면 복지 혜택과 아파트를 우선 분양해 주겠다고 설득했는데 자녀교육 문제로 가족이 동반하지 않고 단신으로 내려간 사례가 많아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이 지방에 가면서 세수 및 경쟁력 확대, 특히 지역인재를 우선 고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죠. 청소·관리·경비 인력도 해당 지역에서 채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죠. 앞으로 좋은 고등학교가 혁신도시에 생겨서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그는 지난해 8월 세종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에 부임했다.

“세종시 내 행복도시를 통해 구도시와 신도시를 연계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죠. 구도시에는 청춘 입주 프로젝트와 도시재생사업을 착수했습니다.”

“세종시의 평균 연령은 32세로 전국 평균 41세보다 9년이나 젊죠. 부부 당 출산도 1.9명으로 젊은 도시로 거듭났죠. 제주에도 이주열풍이 불고 있는 데 젊은 세대들의 기대감과 행복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공회 회장에 오르다=그는 지난 3월 제주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친목회인 제공회 회장에 올랐다.

부회장단에는 행정·재정·교육·경찰·소방 등의 주요 인사와 판·검사, 외교관 등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제공회는 1966년 6월 창립해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죠. 700여 명의 회원들은 중앙정부는 물론 각계의 요직에 있는데 항상 제주의 발전과 고향 생각을 하고 있죠.”

“제주에서 대규모 인프라사업을 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결정한 사업에 대해 국비를 요청하는데 도민사회가 뭉쳐야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중간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달면 중앙부처도 도와주기가 어렵습니다.”

 

▲ 지난 3월 안시권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이 제20대 제공회 회장에 취임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직전 제공회장), 김창희 서울도민회장, 강태선 블랙야크회장, 안시권 회장, 위성곤 국회의원, 현천욱 김앤장 수석변호사.

▲제주, 고품격 도시로 거듭나야=“청정 자연과 빼어난 경관을 지닌 제주는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죠. 제주에 갈 때마다 새로운 건축물과 시설물이 보게 됩니다.”

그는 해안지역의 무분별한 난개발은 지양하되 규제를 풀 것은 과감히 풀어서 체계적인 틀에서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개발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제주가 세계로 뻗어가려면 고만고만한 공공시설이나 민간시설은 안되죠. 경쟁력에서 떨어집니다. 설계와 디자인을 제대로 하고 대형화와 규모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초창기 세종시를 디자인하고 특화사업을 할 때 상업시설을 우선 공모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종시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어떤 업종을 유치하고, 설계와 디자인은 얼마나 잘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죠. 제주가 싸구려 도시가 아닌 고품격 도시가 되려면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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